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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도덕적 붕괴 앞에 선 우리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04-14 13:51 | 76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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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한국사회의 도덕적 쇠락의 이정표로 기억될만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은 7:2로 낙태죄의 헌법불합치판정을 내림과 동시에, 20201231일까지 현존하는 낙태죄에 대한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미국사회가 조금 앞서 경험했던 흐름을 우리가 한 발 늦게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1973년 그 유명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로 임신 6개월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낙태의 권리를 허용함으로써 미국에서 낙태죄가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지난 목요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이정표가 된 셈입니다.

 

미국에서 낙태죄가 폐지된 1973년 이후, 2015626일 미연방대법원이 동성애 합헌을 결정하기까지는 42년이 걸렸지만, 우리가 동성애 합헌을 보게되기까지는 그만큼의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두 나라의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고민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고민이 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베네딕트 옵션』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자 로드 드레허는 사회가 존재하는 토대로서 종교와 도덕이 붕괴된 시대에는, 정치에 기대어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태도라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취할 수 있는 적실한 대안은, 가능한 치열하고 창조적인 소수집단으로서 대항문화적 교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수도사 베네딕트가 살던 6세기의 서유럽과 21세기의 서구사회가 유사하다고 전제합니다. 5세기말 서로마제국이 망하고 전통적 가치와 도덕과 종교가 붕괴된 6세기의 서유럽에서 베네딕트는 일정한 규칙 하에 살며 활동하는 수도원을 세워, 일종의 대항문화를 만들게 되는데, 이 방식이 21세기의 사회에 적실한 그리스도인의 대응 방식이라고 제시합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21세기 교회가 취할 수 있는 ‘베네딕트 웁션’입니다. 이것만이 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책은 한국사회의 도덕적 붕괴의 사건을 마주해야 했던 이번 주간에, 저에게는 신선한 통찰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참된 교회 공동체로 지어져가는 것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하여 반대 시위를 목청 높이 외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마지노선이 붕괴되는 것을 보는 이 때,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야할 과제가 좀 더 명확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기도해야 할 무겁고 진지한 부담을 느낍니다.